
최근 국내 주식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널뛰기를 하면서 밤잠을 설치는 투자자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2~3개월 증시가 흔들린 건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라는 취지의 인터뷰 발언을 내놓아 투자자들의 마음을 더욱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남들도 다 겪는 일이니 너무 유난 떨지 말라는 식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주가 폭락과 급등락으로 속이 타들어 가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정책 책임자의 이러한 언급이 왜 서운하고 씁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지, 세 가지 시선으로 편안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김용범 실장의 발언이 씁쓸한 이유, 남 탓으로 들리는 유체이탈 어조
주식 시장이 크게 요동치며 불안감이 극에 달할 때 투자자들이 정부나 정책 당국자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따뜻한 위로나 "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든든한 약속입니다. 하지만 김용범 실장의 첫마디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도 다 같이 출렁였다"는 식의 대외적 핑계였습니다. 내가 가진 주식 계좌가 반토막이 나서 가슴을 치고 있는데, "남들도 다 손해 봤으니 너무 서러워하지 마라"는 식으로 들리는 말은 당연히 서운함과 분통을 터뜨리게 만듭니다. 국빈 방문 현장이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온 언급이라 할지라도, 자국 시장의 고통을 해외 악재 뒤로 숨기려는 듯한 어조는 당국자의 기본적 공감 능력에 의구심을 갖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한국 증시가 해외 주요국 시장보다 2~3배나 더 크게 흔들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단순한 '우리 시장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넘겨버린 점도 대단히 아쉽습니다. 그 특성이라는 게 결국은 한국 주식 시장이 외부 충격에 그만큼 취약하고 기초 체력이 불안정하다는 뜻인데, 이를 관리하고 바로잡아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마치 남의 집 불 구경하듯 관전평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대외 악재가 근본적인 원인이라 할지라도 국내 시장이 유독 과도하게 요동쳤다면, 그동안 시장의 안전판을 제대로 다지지 못한 점에 대한 정책 당국자로서의 안타까움이나 엄중한 책임감이 먼저 보였어야 하지 않을까요. 투자자들이 느낀 씁쓸함의 본질은 바로 이 책임감의 부재에 있습니다.
김용범 실장의 발언이 씁쓸한 이유, 과거 본인이 만든 제도를 탓하는 모순
두 번째로 고개가 갸우뚱해지며 씁쓸함을 자아내는 대목은 바로 김용범 실장의 과거 화려한 정책 이력입니다. 금융권이나 증시 주변에서는 그를 '레버리지의 아버지'라는 비유적인 별명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과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주요 금융 직책을 거치면서 국내 파생상품 시장을 활성화하고, 레버리지 ETF 같은 고위험 금융 상품의 틀을 다지고 시장을 넓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금융 시장의 다양성과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관련 제도를 적극적으로 정비하고 장려했던 주역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레버리지 ETF 같은 파생상품 때문에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유독 너무 크다"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통해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하니 모순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이 과거 정책 수장으로서 직접 기틀을 잡고 키워놓은 금융 제도가 시간이 흘러 우리 증시의 발목을 잡는 무기가 되었는데, 이에 대한 솔직한 성찰이나 과거 정책에 대한 반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주도했거나 방치했던 제도의 부작용을 이제 와서 단순한 '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남 이야기하듯 다루는 모습은, 결국 정책 실패의 책임을 금융 상품과 시장 자체로 전가하는 것처럼 보여 투자자들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김용범 실장의 발언이 씁쓸한 이유, 누구나 아는 사실만 나열한 대책 없는 진단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이 가장 크게 아쉬워하고 분통을 터뜨리는 부분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만 되풀이했을 뿐, 정작 실질적인 해결책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김 실장은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큰 원인으로 개인 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높고, 투자자들이 너무 역동적으로 매매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특정 반도체 두 종목에 시장 전체가 너무 쏠려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주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투자자들조차 이미 수년 전부터 다 알고 있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진부한 내용에 불과합니다.
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면 단순한 현상 나열을 넘어 "그래서 이 심각한 쏠림 현상과 과도한 변동성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줄일 것인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았어야 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투기성 매매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선진국형 세제 혜택이나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특정 대형 종목 하나에 나라 전체 증시가 휘청이지 않도록 어떤 안전장치와 산업 다변화를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통찰은 완전히 빠져 있었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문제점만 나열한 채 "우리 시장 구조가 원래 이렇다"고 정당화하는 것은, 결국 정부가 아무런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음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 되어 투자자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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